5월 번개 ├YYMMDD

오랜만에 블로그에 번개 일정을 올려 봅니다. 여름 오기 전에 봄 사케를 마셔줘야죠...

5월 번개

5월 26일(일요일)
시간 오후 1시
장소 차슈멘연구소
회비 2만원

[수원역] '一江水蝶鱼头'의 가지 볶음밥과 포자 만두. └XX에 먹으러가자.

한국에서 중국집 볶음밥은 짜장이 기본이긴 한데, 먹다보면 '이럴거면 그냥 짜장밥을 시키지'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죠, 그렇다 보니 진짜 중국식 볶음밥을 잘하는 곳을 따로 찾아야 하는데, 중국요리에서 볶음밥 자체는 사이드요리 라는 느낌이 커서. 여기다 싶은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원역 앞에 중국 요리집이 꽤 많은데, '一江水蝶鱼头'라는 간체자 한자로 쓰인 간판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가맹전화 번호가 따로 적혀있으면서도 한글이 한글자도 없네요, 만두 전문점인가 해서 기웃하는데, 안쪽에 테이블이 있고 메뉴판에 메뉴가 가득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한글이 한글자도 없는 메뉴판은 낯설지 않지만, 요리 이름들은 꽤 낯섭니다. 볶음밥도 달걀 볶음밥 외에도 가지 볶음밥이 보이네요. 당연히 가지 볶음밥을 시킵니다.

메뉴판 제일 앞에 쓰여진 48000원짜리 요리가 이 가게의 대표 메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데, 파파고의 검색 기능을 사용해도 ㅈ ㅔ대로 된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가자미 머리 탕 같은 요리라는 것만 겨우 알 수 있습니다.'一江水蝶鱼头 일강수 접어두'라는 이름 중에 접어두가 가자미 머리를 뜻하더군요. 
주방에서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온 가지 볶음밥. 오랜만에 제대로 된 볶음밥이라 맛있게 먹었네요. 짜장소스 볶음밥을 싫어하진 않는데, 짜장소스를 염두에 두고 간이 약하기 마련이라... 이렇게 간이 제대로 든 볶음밥은 오랜만에 먹었습니다.

양은 좀 적어서 만두를 따로 사려고 손짓을 섞어 3천원 어치를 주문을 했더니, 찐빵 크기의 커다란 만두를 네개나 포장해 줍니다.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첫 중국여행의 추억......

중국에서는 만두(만터우)는 흔히 맨빵을 뜻합니다. 꽃빵을 생각하면 되는데, 밀가루가 주식인 지방에서 맨밥처럼 먹는 빵이기 때문에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첫 중국여행에서 손짓발짓으로 구매한 호떡이 맨빵이었을 때의 황당함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화만두는 포자(빠오즈)라고 해야지 통합니다. 크기도 절반 정도고 개당 천원인걸 보면 이 안에는 분명 고명이 들어 있겠죠.
포자(빠오즈)도 주식으로 먹는 요리다보니 한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피가 두텁고 무게감이 있습니다. 대신 내용물은 간이 좀 강해서 밥과 반찬 느낌이 나지요. 한국에서는 왕만두라고 해도 이렇게 피를 무게감 있게 만들지는 않으니까 완전히 다른요리입니다.

볶음밥과 포자 만두 맛을 보니 꽤 본격적인 것 같은데, 대표 메뉴인 가자미 머리 탕이 궁금하네요.......

190422. 삼겹살의 유행을 만든 것은 XX였다. ├YYMMDD

얼마전에 ''대한민국 돼지 산업사'를 읽었다. 부제가 '삽겹살,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되기까지'라고 붙여진 책인데 첫 머리부터 황교익씨의 '수출하고 남은 삼겹살' 이야기를 반론하기 위해 책을 엮었다고 대놓고 쓰여있는 책이었다. 황교익씨의 '대한민국의 양돈산업이 일본자본에 의해 시작된 것이고, 삼겹살은 일본인은 먹지 않는 저급한 부위를 먹기 시작했고 그 맛에 중독되어 지금처럼 전세계에서 가장 삼겹살을 많이 먹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는 주장이 방송을 통해 전파되는데 그동안 양돈에 대한 역사를 정리한 적이 없어서 적절한 반론의 기회를 잡지 못해 낸 책이다.

여러 명의 저자의 글을 모아 급하게 만들어진 책이라 같은 주제가 되풀이 되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돼지고기와 양돈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특히 삼겹살이 한국에 대중화가 된 이유가 그 전까지 나도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먼저 '일본에 수출하고 남은 삼겹살'이 저렴하게 풀리면서 삼겹살이 대중화 되었다는 황교익씨의 주장은 거짓이다. 우리가 일본에 많은 양의 돼지고기를 수출했고 일본에서 안심과 등심을 선호하고 삼겹살이 저렴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본에 수출한 돼지고기는 '지육'이었기 때문에 수출하고 남은 삼겹살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육은 머리와 내장, 다리를 제거한 통 돼지고기로 이 지육을 부위별로 나누는 '정육'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게 된다. 우리가 알고있는 '정육점'은 이 지육을 정육해서 판매하는 곳을 뜻하는 말인데, 지육 상태로 수출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 일 것이다.

'수출하고 남은 삼겹살'은 없었던 만큼 삼겹살 유행에 대한 황교익씨의 주장은 거짓이라 양돈 업계가 책까지 내면서 적극적으로 반론하는 것이다. 그럼 한국인의 소울 푸드 삼겹살 구이의 유행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돼지고기 일본 수출이 삼결살 유행이 바탕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돼지, 닭고기 잠재 수요 높다'는 1983년의 매경 기사인데 축협 조사에 따르면 40%가 맛과 냄새 때문에 돼지고기를 덜 사먹는다는 내용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돼지고기의 냄새가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돼지가 먹는 먹이의 향미 성분이 지방에 축적되는데 이것이 고약한 냄새를 내는 것이다. 지방이 두꺼울수록 냄새가 더 고약했고 지방이 많은 삼겹살 부위는 자연스럽게 외면 되었다.
돼지냄새를 빼는데 제일 좋은 조리법은 물에 오래 삶는 수육인데, 생강과 후추 심지어 인스턴트 커피까지 넣어가며 향신료로 냄새를 잡아왔다. 아니면 제육 볶음처럼 강한 양념으로 돼지 냄새를 숨겼다. 그렇기 때문에 삼겹살을 양념 없이 바로 굽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 수출을 위해 복합사료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돼지 냄새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돼지 냄새에는 먹이 말고도 또 한가지 원인이 있었는데 바로 수퇘지의 웅취였다. 수퇘지의 고환에서 만들어진 남성 호르몬과 호르몬 활동의 부산물이 축적되서 내는 냄새이다. 지금도 암퇘지 만을 사용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정육점이나 돼지고기 전문점이 존재하는 것도 수퇘지의 웅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웅취도 양돈기술이 발달하면서 거세를 통해 제거 할 수 있었다. 복합사료와 거세 시술을 통해 돼지고기의 제일 큰 단점인 냄새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삼겹살 구이의 원형으로 '암퇘지 로스 구이'를 꼽는데, 소고기 로스 구이처럼 돼지고기를 양념없이 구워 먹으려면 웅취가 없는 암퇘지가 필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돼지고기 구이집을 하기 위해서는 암퇘지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야 했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정육 단계에서 암수 구별이 불가능하고 직접 구워보기 전에는 웅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지육을 공급받아 직접 정육을 하지 않는 이상 '돼지고기 구이' 식당은 불가능 했다. '돼지고기 구이 식당'은 정육의 전문 기술 없이는 창업이 불가능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복합사료와 거세 시술의 등장으로 '냄새 없는 돼지고기'가 등장했다.

브랜드 돼지고기인 도드람 포크가 1992년에 런칭하면서 '냄새 안나는 돼지고기'를 장점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돼지고기 냄새가 사라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이 '냄새 안나는 돼지고기'의 등장은 삼겹살 유행으로 이어진다. 사실 고기를 불판에 구워 먹는 문화 자체는 '소고기 로스 구이'로 친숙 했지만 냄새나는 돼지 고기는 구워 먹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 냄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 없는 창업 아이템'이었다. 그 전까지 냄새 나지않는 돼지고기를 구하기 위한 정육 기술이 필요했지만 이제 아무 돼지고기를 구워도 냄새 걱정을 안해도 된 것이다. 게다가 로스 구이는 조리도 손님이 직접 하기 때문에 요리 기술도 필요없는 창업 아이템이었다. 그동안 냄새의 원인인 지방이 두꺼워 수육용으로 저렴하게 소비되던 삼겹살도 불판 위에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즉 삼겹살의 유행을 만든 것은 양돈 기술의 발전, 특히 그 중에서도 거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삽겹살 구이 문화의 시작에 일본 수출을 위한 양돈기술의 발달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일본에서 수출하고 남은 삼겹살 처리용'이라고 하면 헛발질도 이렇게 큰 헛발질이 없는 것이다. 양돈 업계 관계자 들이 부랴부랴 반론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엮은 것도 이해가 간다.

이 글을 쓰다보니 지육과 정육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는데... 다음편 '내 조국, 삽겹살의 블랙홀(가칭)'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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