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9일
[오사카] 츠루하시 시장의 스시긴(すしぎん): 스시집 찾아 삼만리.
원래 스시는 오사카의 바코즈시(상자초밥)처럼 밥과 생선을 겹쳐서 틀에 넣고 눌러서 만드는 일종의 생선 주먹밥이었다. 한 열흘쯤 묵히면 소금과 생선이 발효해서 저절로 식초 맛이나는 음식이었는데 이것을 노점에서 네모낳게 썰어먹는 것이 스시의 원형인데.
이걸 배워간 성질급한 도꾜사람들이 밥을 미리 식초에 버무리고 날생선을 올려먹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니기리즈시(쥠초밥)의 시작이다.
니기리즈시가 처음 나왔을때는 노점에서 팔던건 마찬가지였는데, 19세기에 엄청 비싼 재료를 얹어, 노점 초밥의 10배가 넘는 가격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 우리가 아는 형태의 스시의 시작이다.(그러니까 말하자면 미스터 초밥왕 같은.)
당시 제일 비싼 네타(재료)는 신선한 것을 구하기 어려웠던 달걀, 그런가 하면 최고급 스시 재료의 대표인 오오토로(참치 대뱃살)은 너무 쉽게 상해서 배위에서 버리는 부위였다.

구글맵에서 뽑아온 지도 한장 들고 츠루하시 역에서 내리자 막막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시장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도를 뽑아왔지만 무용지물. 시장 밖으로 나가도 어느쪽인지 알 수 없었다.
막연하게 코리안 타운이라고 생각한 츠루하시 시장은 상인 조합만 여섯 곳, 공식 홈페이지가 네 개인 커다란 규모였던 것이다.
안 되는 일본어로 물어물어 방향은 알 수있었지만, 가게의 위치는 알길이 없었다. 네이버 지도로 남대문 시장 안에있는 가게를 찾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러다 어떤 가게의 이전을 알리는 지도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지도를 샅샅이 뒤져 왼쪽 아래에 있는 스시긴을 찾아냈으나, 가게는 찾았지만 현재 위치를 모르니 무용지물.

전철역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츠루하시는 JR과 사철이 교차하기 때문에 전철역의 방향도 도움이 안 됐다.
불고기 냄새와 김치 냄새로 가득한 츠루하시 시장을 헤매고 헤매다. 츠루하시 일러스트 지도를 손에 넣었다.
츠루하시 시장이 광활하다는 사실은 상인들도 잘 알고 있었는지 일러스트 맵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었다.
일러스트 맵이라고 하지만 A3사이즈로 16쪽, 시장의 크기도 크기지만, 거미줄 처럼 얽힌 작은 길들을 모두 그리다보니 한 두장으로는 모두 그리는 게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시긴이 위치한 작은 골목을 찾았다.

스시의 꿈에 부풀어있던 내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 진짜, 할 말이 없었다.
일요일 쉬는 가게도 있고, 교토에는 특히 월요일에 쉬는 가게가 많다.
하지만 세상에 어떻게 수요일날 쉴 수가 있지?
어떻게 수요일에!

시장의 가게들이 반정도 밖에 문을 안열었지만 도매상은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으니까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포자기하고 빅쿠리라멘 츠루하시 점에서 먹은 히야시츄카(330엔), 계절 특선이라고 그래도 비싼 메뉴였다. 빅쿠리 라멘은 180엔이니까......

다음날은 나다의 술도가들과 코베를 돌아보고, 그 다음날 귀국하는 날에 다시 스시긴을 찾았다. 짐을 코인라커에 맡기고 지도와 기억에 의지해서 스시긴을 다시 찾았다.

추천은 니기리 스시 세트, 철에 맞는 스시를 하나씩 여덟 개를 쥐어주는 세트메뉴로 가격은 960엔,


좀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쌀-그것도 스시용-은 일본이 맛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추가로 시킨 스시는 마구로와 우나기.
입에 넣었을때의 샤리(밥)과의 조화를 위해 잘게 칼집을 넣은 마구로. 네타의 때깔은 세계의 수산물을 다 가져가는 일본 답다고 할까.

에도마에 스시라도 오사카 스시의 특징이 있다면, 오사카에선 접시에 찍어먹는 대신 붓으로 간장을 발라서 먹는다는 점이다.

그냥 사진만 봐도 맛이 전해져오지 않는가? 저 두툼한 장어. 생각만 해도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둘이 왔으면 같은 예산에 두 종류를 먹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통한의 후회를 뒤로 하고 '이 스시를 두고 귀국해야 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더 먹지 못한 이유가 배가 차서였는지 현금이 떨어져서 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귀국하는 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예산의 압박이 컸던것 같다.
나오면서 보니까 벌써 몇 명 줄이 서있었다.
이날의 못먹은 원한을 푸는 것은 몇 달뒤의 일이다.
예고(?)
다음 편에는 오오토로가, 그 다음 편에는 2000엔짜리 세트 메뉴가 등장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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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보는게 아니었는데,,, 이러다가 간사이 항공권을 마구 검색할거 같군요.
NOT DiGITAL
영원제타> .......제가 제일 당황했습니다.
leinon> 오옹.
펭귄대왕> 덕분에 많은 분들이 염장을 당하셨기를...
데굴> 뭐 그런거죠...(먼산)
NOT_DiGITAL> 그것이 스시의 힘...
아 아침부터 스시가 땡기다니 으하아아아앙ㅠㅠㅠㅠ
장어가 끝내줍니다... 맛있겠다...ㅎㅎ
콩나무> 이번 여름에는 오사카 가셔야죠...
츠루하시역을 나왔을때가 6시반이었는데 츠루하시시장이 모두 문이 닫힌바람에(나중에 알게된거지만 오후5시면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삼십분을 혼자헤메다 결국 어느 일본인의 도움으로 한시간만에 무사히(?) 먹을수 있게 되었답니다.
일단은 끝내주는 스시와 끝내주게 재미있는 사장님 이하 손님 여러분들 덕분에 혼자갔지만 웃으며 먹고 떠들다 나왔어요..
책을 보고 왔다고하니까 어느분이 선물로 주셨다며 책을 자랑하시더라구요
혹시 그분이 까날님이 아닐까 혼자생각했답니다.
일본의 맛집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