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삿포로] 스시도코로 이치이 : 스스키노의 숨어있는 스시집. (사진 스크롤)


삿포로의 번화가 스스키노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를 오가다 보면 우리나라 명동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백화점이나 식당들이 모여 있는 것도 그렇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도 그렇고 빌딩 안으로 식당들이 숨어있다는 점도 그렇다.

스스키노의 상징인 닛카 위스키의 네온사인 간판.

영국으로 위스키 유학을 다녀온 산토리의 야마자키 증류소의 초대 공장장이었던 타케츠루 마케타사가 스코트랜드와 비슷한 기후인 홋카이도에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산토리를 퇴사 홋카이도에 세운 닛카 위스키.

그렇게 일본과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위스키 회사지만, 지금은 참이슬 간판도 옆에 걸려있다.

스시도코로 이치이를 만난 것은 그런 스스키노의 빌딩 사이였다.

고백하자면, 나는 여러 가게들 중에 큰 길에서 숨어있는 가게에 점수를 더 준다. 그런 가게들을 어렵게 찾았을 때의 성취감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런 가게들이 정말 맛 집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시 집에 대해서 그런 편견이 뚜렷하게 두드러진다.


손님과 요리사가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리는 스시를 제외하면 일본 요리 중에서도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스시 집이야 말로 무릎과 무릎이 닿는 작은 곳이 제일이다.

스시 도코로 이치이는 그런 내 편견에 딱 들어맞는 가게였다.

로빈슨 백화점 맞은편 맥도날드가 있는 건물을 끼고 들어가면 골목 사이로 제5그린 빌딩이 나온다. 입구 위에 달린 여러 개의 작은 간판들 사이에 스시도코로 이치이의 이름을 확인했지만 과연 문 안에 스시 집이 있을까 싶었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 안쪽에 스시 이치이의 나무 간판 아래 노렌이 걸린 미닫이문과 마주친다. 조금 망설이고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만큼이나 정말 작은 가게가 나온다.

카운터 좌석은 여섯 개고 안쪽으로 네 명이 앉기에는 넉넉하지만 다섯 명에게는 좁은 테이블이 하나있을 뿐이다. 주인장과 조수 한 명뿐이지만 손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영업을 시작하는 저녁 다섯 시에 맞춰 찾았기 때문에 손님은 나뿐이었다.

스시 도코로 이치이를 알게 된 것은 삿포로의 맛집에 대한 현지인의 블로그를 따라다니다가 자주 마주친  ‘스시집 마누라의 블로그’를 자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스시집 이야기 외에도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 홋카이도의 여러 맛 집을 예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정보로 가득한 정감 가득한 블로그였다. 블로그의 매력에 빠질수록 남편의 스시집 ‘스시도코로 이치이‘에 대한 궁금함도 더욱 커졌다.(지금은 운영 안 함.)

메뉴를 살펴보니, 스시 세트는 1800엔, 2500엔, 3500엔 세 종류가 있고 쥠 초밥은 100엔부터 500엔까지였다. 쥠 초밥이 이치칸(1관)이라는 것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칸은 스시를 세는 단위로 한 개는 이치칸 두 개는 니칸이라고 부른다.

회전 스시의 접시 위에도 스시가 두 개씩 올라오는 것처럼 스시는 옛날부터 니칸(2관)으로 주문하는 것이 관습이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스시가 주먹 만 한 크기였는데 그걸 두 개로 잘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내려오지만 왜 두 개씩 팔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블로그의 인연이 없었다면 찾아오지 못했을 스시 이치이의 주인장은 안경을 조금 내려쓴 애교 있는 사근사근한 얼굴로 손님을 맞았다.

2500엔짜리 아야메 세트를 주문하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주인장은 혼쾌이 허락하면서 사진 찍기 좋게 한 접시에 내줄까하고 물어본다. 호의를 받아들여 접시 위로 초밥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살폈다.

이치이의 스시는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꾸밈이 없는 스타일이었는데 신선한 해산물이 자랑인 홋카이도에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히라메(광어)로 시작해서 우니(성게)까지.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면 먹었다.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계절이라 여름이 제철인 성게는 조금 늦었지만 아직 향긋함이 살아있었다.

스시를 먹으며 사이사이 주인장과 내 떠듬거리는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치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과 가게 구석구석의 퀼트가 부인의 솜씨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블로그와 이치이의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에 감탄했던 나는 대단한 솜씨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세트 메뉴를 모두 먹고, 입이 아쉬워 추천을 부탁하니 가을이 제철인 산마(꽁치)를 권한다. 꽁치는 숙성이 빠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회나 스시로 잘 먹지 않지만,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꽁치가 제일 많이 잡히는 곳이라 신선한 꽁치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가을의 스시 메뉴에서 꽁치가 빠지지 않는다.

반짝이는 비늘을 자랑하는 꽁치 스시를 입 안에 넣고 꼭꼭 씹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초밥 만화의 한 장면처럼 입안에서 꽁치가 춤추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맛이 마무리에 딱 어울렸다.


밤에 영업하는 가게인 만큼 스시 외에도 안주에 어울리는 단품 메뉴도 많다. 영업시간이 시간인 만큼 저녁시간에는 담배를 피우는 손님도 있으니 담배 연기가 싫다면 좀 이른 시간에 찾는 편이 좋다.


이치이 홈페이지 [클릭]

정기휴일, 일요일, 연휴의 마지막 날.
영업시간 오후5시 3시.
스시 세트 1800-3500엔, 스시 100-500엔, 단품 요리 500-1200엔.
홋카이도 삿포로시 츄오구미나미욘니시욘
다이고그린비루 1F
011-232-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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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 2008/11/06 17:18 | ├홋카이도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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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로君 at 2008/11/06 17:31
어우.. 염장이 너무심하십니다. ㅠ_ㅠ
Commented by 써니 at 2008/11/06 23:02
책사면서 책에 있는 곳에 올 겨울 꼭 가봐야지 했는데..엔화가 넘 올라서 ..슬픕니다..ㅜ,.ㅡ
Commented by greendiaM at 2008/11/07 00:31
스시가..아름다워;;
Commented by 미중년전문 at 2008/11/07 01:13
지난 8월에 일본을 처음 여행했습니다. 도쿄에 다녀왔는데, 신주쿠에 있는 스시집에 갔었죠. 아...그때의 감동이란!!! 물론 한국인이 저밖에 없었고 혼자 갔었지만...초밥은 최고였습니다.
Commented by 서른즈음에 at 2008/11/07 19:16
중요체크 입니다 +ㅁ+

여담이지만,
덕분에 까날님책 친구녀석에게 빌려줬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냉큼 가져오라고 전화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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