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삭 찾아 삼천리' 돈주고 못사던 술 양주 이야기. └외국 술이야기

양주를 동네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시바스 리갈 뿐만 아니라 그 때 그 시절은 양주가 돈이 있다고 사서 마실 수 있던 술이 아니었으니까요. 공직자가 양담배 피우다 걸리면 해직시켜버리라는 각하의 엄명이 시퍼렇던 시절 이었습니다.

정말 몇 십 년 전만 해도 양주라는 것이 얼마나 구하기 힘들었는지 잘 알려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1966년에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마닐라 정상회담에 겸사겸사 동남아 7개국 순방을 끼워 넣었고, 동남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 우리나라였습니다.
당시 서울 시내까지 늘어선 환영인파가 180만 명이었다는 기사도 있는데 존슨 대통령은 열렬한 환영에 '세계 어딜 가도 이런 환영은 받지 못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난을 안팎으로 받고 있었고, 동남아 순방도 베트남 전에 대한 국제 여론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테니 우리나라의 환영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해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직을 인수한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그 후 '위대한 사회'를 슬로건으로 삼아 민권법 제정, 투표권법 제정 등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벌이고 케네디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정책들을 이어받아 추진해서 '최고의 부통령'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파병 때문에 말년이 꼬여서, 재선 포기하고 정계 은퇴하고 지지하던 후보는 닉슨에게 패배합니다. 오죽하면 각종 음모론 에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로 지목 받겠습니까?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손꼽히는 192센티미터의 큰 키가 특징으로 성격이나 행동은 텍사스 출신의 전형적인 남부 정치인 이었다고 합니다. 위키 같은 것을 찾아봐도 서재를 꾸미기 좋아했다는 정도 밖에 안 나오는 군요.
이 텍사스 양키 아저씨가 1966년 방한 당시 의전담당자를 당혹스럽게 만든 요구를 하는데, 바로 만찬주로 '커티삭'을 주문한 것입니다.

커티삭이라고 한다면 1923년에 처음 만들어져 스카치 위스키 중에서도 새파랗게 젊은 브랜드로 요즘에는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설명이 필요 없는 술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전국을 뒤져서' 겨우 2병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 커티삭은 '미국 존슨 대통령이 찾은 술'로 유명해져서 가격이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와인처럼 껑충 두 배로 뛰어 올랐다는 뒷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시바스 리갈이 어느 사건 덕분에 널리 알려진 것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60년 대까지는 양주는 대부분 미군 PX 유출품이었고 70년대 들어와서는 관광공사가 독점으로 외국인 관광객용 면세품과 호텔 등에 공급했습니다. 72년부터 전국 24개 판매장을 두어 일반에게도 판매했는데. 세금이 600%였습니다.
동대문 등을 통해 밀수 양주가 판친다는 82년 기사를 보면, 조니워커 블랙 밀수품은 2만원, 관광공사에서 판매하는 것은 3만4천5백 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버스요금이 120원이었죠.

그 뒤 여행 자유화도 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양주가 멀기만 한 당신에서 전세계의 양주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잡으려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세상이 되었지만. 면세점에서 시바스 리갈하고 샤넬 넘버 파이브를 사오면 비행기표 값이 빠진다고 하던 게 얼마 전 일입니다.

지금도 외국에 비하면 가격대가 높지만, 그래도 한 때 미국 대통령을 위해 전국을 뒤져야 두 병 구할 수 있었던 커티삭이 지금은 동네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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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비운과 불운의 배 '커티삭'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덧글

  • korwolf 2009/11/02 17:37 #

    허억 전국에 2병만 존재한 레어중에 초 레어 술... ㅡ.ㅡ
  • 보리차 2009/11/02 19:00 #

    그려 올리신 일러스트가 무척 개성미가 있습니다용.
  • 주차장 2009/11/02 20:40 #

    6년산... 정말... 기억이 나네요. 안좋은 기억이... 그다음에 커티샥12년산...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10년 가까이 된 일이라 가물가물...
  • 로무 2009/11/02 23:11 #

    하루키 좋아하면 커티샥 좋아하게되는데 요새는 또 은근히 마트에선 안보임... 너무 싸구려술이라 그런가 ㅋ
  • Dousei 2009/11/03 09:26 #

    커티삭. 라벨 디자인을 참 잘 해서 많이 팔린 술이죠.
    처음에는 노란색 라벨이 아니라 흰색 라벨로 디자인되었지만,
    인쇄업자의 실수로 노란색으로 잘못 나왔는데
    푸른색 병에 노란 라벨이 참 잘 어울리고 눈에 확 띄고 예뻐서 노란색 그대로 갔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싸구려 위스키의 대표주자-_- 격인 술이 전국을 뒤져 두병 나왔다니 시대가 많이 바뀌긴 한 모양입니다.
  • 닥슈나이더 2009/11/03 12:44 #

    2003년도에 강남역 까페에서 마셨던기억이........ ㅠㅠ;;
  • 2009/11/03 15:40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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