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30. 오디션 극장판: 까나리 액젓을 들이키는 마음으로. ├YYMMDD

세계의 종말을 막고 있는 여러 봉인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대표적인 봉인으로 유리가면 완결편이나 듀크 뉴켐 포에버 등이 있다. 이 봉인들은 깨어질 것 같지만,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다.
그런 봉인 중에 하나가 얼마 전에 깨어졌다. 깨어질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봉인이라 봉인이란 사실까지 잊고 있던 ‘오디션 극장판’이 얼마 전에 개봉하고 만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언을 들었던 것이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열심히 제작 중이라는 기사였다. 그 뒤 일 년 가까이 이야기가 없었으니 당연히 엎어졌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9년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개봉했다.

음악을 소재로 다룬 만화를 보면 영상화를 기대하게 된다. 만화에서 묘사된 그 음악이나 노래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션은 영상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한국 만화였다.
2000년 처음 제작발표가 났을 때, 오디션이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일사천리로 제작이 진척된 것은 그런 ‘듣고싶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산이 한 번 바뀔 정도의 세월이 지나서야 오디션은 개봉했다. 그사이 무슨 우여곡절이 있었을지는 짐작만 할 뿐이지만, 뭔가 제대로 된 물건이 안 나올 것은 확실했다.
오랜만에 남산의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를 찾았다. 이정문 선생 특별전을 하는 중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센터의 애니 시네마의 스크린은 생각보다 컸다. 곧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광고도 없이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든 생각은......

'한강이 자주 등장해서 서울시장이 밀어 주기라도 했나...'


이렇게 스포일러가 무의미한 영화도 드문데, 원작 만화를 본 사람은 피를 토할 정도로 스토리가 잘려나갔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설령 그런 사람이 이걸 보러 오겠냐만은-도저히 이해 못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만화 오디션은 주인공들인 재활용 밴드의 성장을 그린 만화다. 라이벌을 만나 이겨나가면서 밴드 자체가 성장하는 소년만화스럽기까지 한 전형적인 스토리다.

영화를 보면 그런거 없다. 정말로 없다.

밴드가 모이기까지의 전반부도 부실하고, 밴드가 모여 한 팀씩 싸워나가는 부분도 부실하다. 특히 비중이 큰 후반부는 재활용 밴드도 상대편도 뭘하는지 모르겠다. 천사표 밴드는 이름도 안 나오는 것 같다.

열 권짜리 장편이고 오디션은 한국만화 중에서도 내용이 오밀조밀한 편이라 극장판 한 편에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어떻게 조금도 안 담을 생각을 했는지......


그나마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개봉해서 관람료가 6천원이었던게 유일한 위안.(멀티플렉스 구석진 관보다는 상태도 좋음)


덧글

  • eviltwin 2009/12/31 10:50 #

    헉 드디어 개봉했어요? 허허허 근데 많이 아쉽군요;;;
  • 하로君 2009/12/31 11:48 #

    이미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90년대의 향취란... ㅠㅠ
  • 꽃가루노숙자 2009/12/31 12:01 #

    듀크 뉴겜은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 때문에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고....
  • 에이딘 2009/12/31 12:16 #

    듀크 뉴캠 봉인 깨진지 좀 됐음 결국 개발중단...
  • 산왕 2009/12/31 12:35 #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단평은 많이 봤습니다만 직접 확인해볼 용기는 생기지 않는군요 ( ");
  • 슬레빈 2009/12/31 13:23 # 삭제

    안타깝기가 서울역에 그지없군요. 천계영의 오디션이 시대의 아이콘이었던건.. 정말 까마득한 먼 옛날인데요. 거참.. 강산이 거의 두번쯤 변할 이 시점에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 로무 2009/12/31 13:30 #

    그냥 하던거니까 계속 만든 듯,.?;
  • 레몬트리 2009/12/31 14:47 #

    내용 부실한 건 만화책 10권을 1시간 30분 안에 담느라 그렇다치더라도 사람 입모양이랑 말소리가 싱크가 안 맞는 거 보고 경악했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애니 기술은 어디로 갔는지-_-;;
  • 토로이드 2009/12/31 14:53 #

    같이 보러가신 분이 원작 만화를 안 보신 분이셨는데 중반부 이후의 아스타랄함에 혹평을 하시더군요..
    원작은 절대 이렇지 않다고 커버를 쳐주긴 했지만... 쩝.
  • 봄바람 2009/12/31 21:08 #

    개봉하면 보러가야지 라고 생각했던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예전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려서인지.. 들려오는 평가때문인지 차마 보러갈 의욕이 생기지가 않네요.
  • 김타치 2010/01/01 23:19 #

    원래 음원을 X-JAPAN 기반으로 하려고했는데 요시키씨가 음원료를 먹고 튀는 바람에 라르크로 옮기는 과정에 다시 천계영씨가 무조건 X-JAPAN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많이 미뤄졌다고 하더군요... 감독님이 포기하고 계시다 돈 빼돌리는 사기꾼 소리 듣고 충격 받아서 집 팔아가면서까지 마무리하셨다고...--;;
  • 까날 2010/01/01 23:31 #

    그런 루머로 설명이 안 되는 퀄리티 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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