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지브리의 소품 ├책책책 영화영화영화

스튜디오 지브리의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보고왔습니다. 보고와서는 아무래도 미야자키 고로의 두 번째 작품인지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미야자키 고로의 두 번째 작품이라 기대치가 낮아진 탓도 있겠지만요...

영화는 도쿄 올림픽을 목전에 둔 1963년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번째 러브스토리'라는 눈에 거슬리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온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한 줄로 정의하자면......벨 에포크?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보다 조금 뒤를 그리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적당히 따뜻한 60년대가 꼼꼼하게 그려져있습니다. 다른 지브리 작품에 비한다면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코쿠리코장'의 식사 준비 장면이나 둥글둥글한 당시 자동차 등을 보면 꽤 잘 그려져있습니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이 가장 다른 점은 애니메이션 스토리 중심에 존재하면서도 트레일러에는 등장하지 않은 '카르티에 라탱'입니다. 제목을 쓸 때 까진 '카르티에 라탱'에 대해서 잔뜩 쓰려고 했는데 영화를 보실 분들의 재미로 놔두고. 영화관에서 내려가면 한 번 이야기를 해보죠......

호불호가 갈리는 애니메이션입니다만, 요즘 확실히 지브리가 젊은 감독들에게 소품을 맡기는 느낌이라(5개년 계획 중 하나라는데...) 그런걸 감안하지 않고 본다면 지브리 애니메이션다워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포스터 그림 느낌이 좋았는데, 트레일러를 보고는 속은 느낌. 양갈래 머리는 양갈래 머리긴 한데.

'첫 번째 러브스토리'라는 점이 영 눈에 거슬리는데...... 지브리 치고는 각잡고 만든 연애담이긴 합니다.(여러가지 나오죠... 여러가지)

이 애니메이션에는 어른스럽고 야무진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그렇다보니 캐릭터가 밋밋한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그런데 원작을 보면......
코쿠리코 언덕에서 - 6점
타카하시 치즈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영화 개봉에 맞춰 원작도 발매되었는데 일본에서도 영화 개봉 덕분에 재발굴된 만화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만화를 가지고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영화를 보고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볼만 합니다.

애니메이션과 원작이 다른 점이라면.

배경 부터가 원작은 70년대 후반(연재가 80년이니) 애니는 1963년.

남동생인 리쿠(陸)가 공기화. 참고로 우미(海),소라(空),리쿠(陸) 삼남매.

우미의 별명인 메르는 바다를 뜻하는 프랑스어 La mer에서 따왔습니다. 코쿠리코는 프랑스어로 개양귀비.

우메이게 메르라는 별명을 붙여준 호쿠토는 원작에서는 우미의 첫사랑인 수의사 지망생인데 애니에선 여성에 레지던트.

할머니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고 할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점.

어머니의 캐릭터와 직업. 원작에서는 카메라맨.

'카르티에 라탱'은 애니 오리지날.

원작에서 올리던 깃발은 유니온잭, 성조기, 삼색기였지만 애니에서는 국제해양신호기 U,W를 계양한다. '안전한 항해를 기원합니다'라는 뜻.

우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중에 LST를 몰고가다 기뢰에 침몰했다는 내용은 원작의 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없습니다. 

마작(....원작을 읽어보면 압니다.) 

원작은 인기가 없었는지 조기종결로 마지막 5페이지는 거의 소드마스터 야마토 마지막회에 필적.

덧글

  • 두리뭉 2011/10/04 09:20 # 삭제

    어쩐지 카르티에 라탱과 우미의 이야기가 따로 논다 했더니 상당한 수준의 개작을 했었군요.
  • 까날 2011/10/04 11:34 #

    사실.... 원작을 읽었을 때 가장 뜨악했던 것은 '마작'
  • 데니스 2011/10/04 10:34 #

    지블리 작품은 무조건 사서 봅니다만... 이건 좀 생각을 해봐야 할런지...
  • 까날 2011/10/04 11:35 #

    한 번 쯤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데, 소장용이라면 조금 망설여집니다. 추억이 방울방울이나 귀를 기울이면에 닿아있는 면이 있기는 한데.
  • 오엠지 2011/10/04 10:47 #

    장르가 별로라서..
  • 까날 2011/10/04 11:47 #

    어찌보면 지브리에서 잘 안다루는 현실세계?
  • 차원이동자 2011/10/04 11:45 #

    저건 뭐랄까... 추억은 방울방울느낌이 납니다...
  • 까날 2011/10/04 11:48 #

    확실히 비슷한 시대를 그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만든 시대가 다르다고 할까요? 1990년에 그리는 1960년대와 2011년에 그리는 1960년대의 차이?
  • 도리 2011/10/04 11:57 #

    음,,, 한번 봐야겠네요... 고로 감독을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 까날 2011/10/04 16:06 #

    안 믿고 보시는 편이 더 재미날듯 합니다.
  • 키르난 2011/10/04 12:08 #

    서점에 원작 깔려 있는 걸 보고 상상했던 이미지와 완전 달라서 당황했습니다. 이게 이런 그림체가 되다니...;
    귀를 기울이면이랑 닮았다고 하니 조금 궁금하긴 한데, 기대안하고 가기가 은근 어렵습니다. -ㅂ-a 지브리니까 뭐라 뭐라 해도 염두에 둘 것 같거든요...
  • 까날 2011/10/04 16:08 #

    원작의 그림체가 반영되는 경우가 드문 지브리긴 하지만 원작 그림체부터 세계관 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제외하면 굳이 원작이 필요했나 싶기도 합니다.

    '게드전기,게드전기,게드전기,,,' 마음속으로 열번 되뇌고 가시면.
  • windxellos 2011/10/04 12:32 #

    어느 분께서 '소중한 날의 꿈'을 지브리식으로 만들면 저것이 된다고 하시더군요. 둘 다 '좋았던 추억의 시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서일까요.
  • 까날 2011/10/04 16:09 #

    아무래도 일본인이 느끼는 60년대는 우리하고 다를테니까요..... 일단 우리나라는 저때 유신의 한복판이었던지라....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되는 법이랄까요?
  • 깊고푸른 2011/10/04 13:16 #

    카르티에 라탱이 원작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영감님의 각색이었군요.

    이걸 첫사랑이라고 카피를 뽑으면 어쩌자는 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386세대를 노리고 카피를 뽑았으면 좋았을텐데요.
    아무래도 그럼 시장성이 없겠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이야기가 끊기는 점만 빼면..
    연출이 나쁘진 않았던 것같습니다.
  • 까날 2011/10/04 16:10 #

    그래도 지브리 애니치고는 주인공이 사랑이 일찌감치 빠지지 않나싶습니다.

    특히 결말이 뜬금없이 후다닥 풀리는데 원작 재현이라고 우겨보겠습니다.
  • 칼라이레 2011/10/04 17:43 #

    이걸 가지고 군국주의 일제망령 보지말자 난리치는데 질렸습니다. 아휴/.
  • 까날 2011/10/04 18:38 #

    그건 좀 무리죠...-_-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인데....

    그리고 아마 그때 터진 기뢰는 정황을 생각하면 일본 봉쇄할 때 미국이 뿌린 기뢰겠죠.
  • 삼별초 2011/10/04 18:32 #

    느낌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보자 라고 하지만 현실로는 과거의 그리움이 좀 남는 느낌이더군요
    그냥 지브리라는 생각과 편견만 가지지 않으면 나쁘지는 않더군요 (포뇨도 그렇기는 한데 그게 쉽지 않으니)
  • 까날 2011/10/04 18:40 #

    60년대는 과거의 영광이라기 보다는 추억이죠.

    지브리 브랜드의 강점이자 약점이죠......-_-
  • 아로 2011/10/04 18:56 # 삭제

    전 너무 재미없던데... 개인적으로 남자애들 철학이니 정치니 어쩌고 떠들어대는 것도 겉멋만 잔뜩 들어보여서 고등학생 답다는 생각도 안 들고 별로였어요. 저 시대의 일본 고등학생들은 저랬으려나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려다가도 문득 울화통이 터지면서 내가 일본 고교들이 60년대에 뭔 정치사상적 성향을 가졌는지 왜 이해해야하지?란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그렇다고 두 사람의 사랑이 두근두근 할 정도로 흥미있는 것도 아니고. 밍숭맹숭해서는 원... 고로 씨는 애니메이션에 재능이 없는거 같아요
  • 민지홍일까 2011/10/04 21:04 #


    까날님 본글하고는 상관없는 내용인데

    http://home.ebs.co.kr/mission/index.html

    여기한번 나가보는거 어떠십니까

    "자기가 직접 분야를 지정해서 해당 퀴즈를 푸는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2라운드부터는 상대방이 낸 문제를 맞춰야한다는 난제가 있지만 책광고삼아[?] 한번 나가보시는건 어떨지?[.....]
  • 난난 2011/10/12 14:27 #

    카르티에 라탱이 창작이었군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미처 다 말 못했다는 윗쪽 분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에 반해 전 이 영화가 너무너무 좋았는데, 카르티에 라탱을 지키려고 하는 학생들이 정말 귀여웠거든요. 여자애들이고 남자애들이고 한발짝 발돋움하여 어른이고 싶어하는, 또 그래야 했던 시대라 풋풋하고 귀여우면서도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그 시대 다 보내고 태어난 세대로서 작중 그려진 당시의 순수성과 진지함에 대해 좀 동경하는 마음도 들고 그러네요. 까날 님의 '벨 에포크'라는 표현에 깊이 동감합니다. 60년대를 아름답게 채색해서 가지고 온 빛나는 추억담 같은 느낌이었어요.
    일본의 그 시대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깨알같은 회상 재미가 있을 텐데(메르네 집에 있던 잡지 <솔레이유>라든가, 이사장 회사에서의 단팥빵 대화라든가, 전반적으로 당시 고등학교-대학생활을 접한 사람이라면 느낄 그 때의 분위기라든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매력 포인트가 없었던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저와 동행은 정말 좋게 봤는데, 나오면서 과연 일본 외의 나라에서 흥행을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얘기해 보기도 했습니다. 좋은 포스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까날 2011/10/12 18:11 #

    중간에 기무라야의 단팥빵 이야기 같이 깨알같은 디테일이 있었지만, 역시 일본인이 아니면 딱하고 닿는 부분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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