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아닌 다른 만화 이야기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 '꽃보다도 꽃처럼'에서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 '도도히 끊임없이 끊임없이'는 주인공인 켄토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서 오사카에서 마쓰야마까지 질주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마쓰야마의 지역맥주(地ビール) '도고 맥주'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다가 낯익은 병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마쓰야마하면 도고온천, 도고온천하면 마쓰야마입니다만 도고온천과 도고맥주 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으로 묶여있습니다. 도고온천 가까이에 도고맥주 직영점 '도고 맥주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닙니다.
마쓰야마 관광의 중심가인 도고 온천은 일본 3대 고온천이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1894년에 지어진 지금 건물은 온천으로는 처음으로 국가 중요 문화재로 선정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온천 중 하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쓰야마 맥주가 아니라 '도고 맥주'가 나왔겠지요. 도고 맥주는 도고온천 근처의 가게라면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만, 지역 맥주치고는 나쁘지 않는 맛이고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종류는 도련님, 마돈나, 소세키, 세 종류가 있습니다. 제가 마신 '마돈나'는 이름과는 달리 에일 타입의 상면발효 맥주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모티브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 '도련님'은 도고 온천 본관은 실제로 나쓰메 소세키가 즐겨 찾았다는 방이 있습니다. '도련님' 자체가 이곳에서 중학교 영어교사를 하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는 만큼, 소설에서 묘사되는 온천은 여기 도고 온천을 쏙 빼닮았습니다.
최근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더 유명한 것 같은 도고 온천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되는 온천은 실은 도고 온천만 본따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오히려 여러 온천의 모습 합쳐서 만들어졌다는 면 때문에 도고 온천의 분위기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도고 온천 본관은 중축을 거듭해서 7개의 건물이 합쳐져서 만들어 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물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오르락 내리락 숨바꼭질 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탕 안 쪽은 사진이 없습니다.
온천을 하고 쉬었다가 다시 온천에 들어가는 것을 되풀이 하는 것이 일반적인 온천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소설 '도련님'에서도 온천을 마치고 2층에 올라가 쉬는 장면이 있었죠. 바로 여기가 그렇게 쉴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 말고 3층에 또 개인실이 있어 요금에 따라 개인실에서 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따끈한 차와 과자가 곁들여 나옵니다. 어찌보면 이런 것이 일본 온천을 즐기는 정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차는 '효게모노'에 나올 것 같은 무쇠솥에서 끓여서 타줍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역사가 느껴지는 무쇠솥입니다.
그런가하면 온천의 기본인 '후르츠 우유'와 '커피 우유'도 충실하게 갖춰져있습니다. 만화 등으로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요.
온천의 기본 복장인 유카타는 여기에선 의미가 깊은데, 유카타의 무늬가 통행증이라고 합니다. 도고 온천에서는 요금에 따라서 2층의 휴게실이나 3층의 개인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워낙 건물이 복잡해서 관리가 쉽지 않은걸 유카타의 무늬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금에 따라서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가면 됩니다. 병원 복도에서 자주 쓰는 방법인데 저는 아캄 어사일럼을 떠올렸습니다.
건물 자체가 문화재다 보니 예전부터 쓰던 물품이나 차도구 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저절로 효게모노가 떠올랐습니다. 찻수저 같은 것은 역시 단번에 가치를 알아보기 힘들겠더군요.
일본 진품명품쇼에 나가서 꽤 고액의 가격을 감정 받았다는 칠복신 그림, 이렇게 보니 작은 박물관 만큼이나 이러 저러한 것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도고 온천 본관이 여러 건물을 증축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복도를 경계로 왼쪽과 오른쪽 건물이 별도입니다. 천장도 유리창이지요.
건물 자체는 마쓰야마 성을 수리하던 도편수의 솜씨나 여기저기 번듯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지붕 처마 등이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건물 자체가 증축을 거듭해서 만든 만큼 자유분방한 멋도 느껴집니다.
개인실로 이어지는 복도, 양 옆으로 개인실이 있어 온천을 마치고 느긋하게 쉴 수 있습니다. 처음 지어졌던 옛날에는 3층 높이면 주위가 다 내려다 보이는 절경이었겠죠. 물론 지금은 주위에 큰 건물이 즐비합니다. 그것도 대부분 온천 호텔이죠.
도련님의 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방은 나쓰메 소세키가 자주 들렀다는 만큼 그와 관련된 자료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진 맨 왼쪽이 '마돈나'의 모델이 되었다는 실존인물이라는데, 막상 소설에서는 마돈나가 별로 비중이 크지 않단 말이죠......
대신 도련님의 방에서 도고 맥주관이 내려다 보였습니다. 목욕하고 나서 맥주 한 잔 쭉 들이키면...... 그것 만한게 없죠.
도고 온천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왕실 전용 온천 건물인 '유신덴(又新殿)'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도 후에 증축한 별도의 건물입니다.
왕실 전용이라고 하지만, 1899년에 만들어진 이후 10여번 밖에 쓰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주위에 건물이 너무 늘아서 왕실에서 찾아올만한 한적한 온천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문화재로서는 가치가 있습니다.
섬세한 란마 무늬(나무로 조각한 창살)은 물론, 벽은 금박과 은박으로 덮혀있습니다. 물론 금박과 은박은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정도입니다만. 문화재라 허가 없이 수리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왕실의 온천이라고 좀더 커다랗고 호사스러운 욕조를 상상했었는데 의외로 온천 자체는 단촐해서 놀랐는습니다. 온천 자체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온천욕이 아니라 얇은 옷을 입고 들어가서 시중을 받으며 몸을 담그는 정도기 때문에 그렇게 큰 욕조는 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저 작은 욕조가 호사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욕조 자체는 '아지석(庵治石 시코쿠 타카마츠에서 채석한 고급 화강암)'으로 만들었다고 하니까요.
유신덴의 재밌는 점은 보통은 이렇게 가까이 접할 수 없는 일본 왕실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나마 만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서는 매화틀과 같은 용도로 사용된 곳으로....... 과연 몇 번이나 사용 되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오다보니 벽면에 역대 '도련님' 드라마의 스틸사진과 출연진이 적혀있었습니다. 영화부터 드라마, 뮤지컬에 만화 만화영화까지 일본에서는 고전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당연한 일입니다.
마쓰야마에 간다면 온천이 아니라해도 도고 온천은 한 번쯤 들려볼만한 곳입니다. 가기 전에 '도련님'을 읽어 둔다면 마쓰야마와 도고온천의 분위기를 만끽 할 수있겠죠.
그런데 '도고 온천 본관'이라고 하면 별관이 따로 있다는 뜻인데. 바로 근처에 위치한 츠바키노유(椿の湯)이 바로 자매 온천입니다. 현지인 들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고 온천 본관보다 이쪽을 가볍게 다녀온다고 하더군요.
덧글
꽃보다도 꽃처럼에 나온다니... 나름 시간될 때마다 반복해서 읽는 작품이고 말씀하신 에피소드도 잘 기억하고 있는데.... 저는 왜 저 맥주가 기억에 없는 걸까요.-_-;;; 참. 글 초입에 '센과 히치로'라고 오타가 있사와요.^^;
히치로...OTL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