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14. 발렌타인 데이 트리비아. ├YYMMDD

성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를 '결혼 금지인 로마 군인을 몰래 결혼시켜주다 몰매 맞아 죽은 성 발렌타인을 기리는 날'이라는 것은 실은 날조에 가까운 것으로 원래 로마의 루퍼칼리아 축제에 성축일을 뒤집어 씌워 물타기를 한 것에 가깝습니다. 2월 14일이 축일인 성 발렌타인이 둘 있는데, 결혼시켜주다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는 어느쪽 발렌타인인지 모르겠습니다.

루퍼칼리아 축제는 옛 로마에서 2월 13~15일에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축제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짝짓기에 치중된 축제였던 것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롯데 햄의 무리수, 원래 발렌타인 데이의 전신인 루퍼칼리아 축제에서 소시지를 즐겨먹었다면 '발렌타인 데이엔 소시지'를 몇년 전에 밀었었는데....... 로마 사람들이 딱히 루퍼칼리아 축제에 소시지를 즐겨먹은게 아니라 365일 소시지를 즐겨 먹었을 뿐이라......

크리스마스 처럼 원래 있던 로마나 이교도의 축일에 성축일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고 14세기 들어 제프리 초서가 '성 발렌타인 데이에는 모든 새들이 그들의 짝을 찾는다.'라는 시를 쓰기 전까지는 '연인들의 축일'이라는 느낌이 없었다고 합니다.

기원 이야기는 여기서 접고,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의 기원을 모로조프제과의 1936년 광고에서 찾고 있긴 하지만, '당신의 연인에게 초콜렛을 선물하자'는 광고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 일본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로 기원으로 삼긴 어렵습니다.
일단 가장 신빙성이 있는 설은 1958년 마리 초콜렛 기원설입니다. 전 마리 초콜렛 사장, 현 대표이사 회장 하라 쿠니오는 파리에 사는 선배가 보내준 '서양에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꽃과 초콜렛을 선물한다.'는 내용의 편지에 아이디어를 얻어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발렌타인 데이 초콜렛 페어를 열었지만 3일간 총 매출이 50엔짜리 판초콜렛 3개, 20엔짜리 카드 1장으로 총 170엔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그 다음에도 페어를 열었지만. 정말로 발렌타인 데이가 자리를 잡은 것은 10년 정도 지난 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마리 초콜렛의 설명을 그대로 믿는다면 당시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이라 '일년에 한 번,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을 만들었고, 이게 퍼져나가면서 서양에서는 남녀가 서로 선물을 나누는 발렌타인 데이가 일본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렛을 선물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자기표현의 기회가 늘어나는 1970년대에 와서야 일본에서 발렌타인 데이가 자리 잡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납득이 가는 설명입니다.
일본의 발렌타인 데이 문화로 유명한게 '의리 초코'지만, 21세기 들어와서 '의리 초코'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현재 일본 발렌타인 데이 초콜렛 매상을 유지하는 것은 '친구 초코(여자 친구끼리)','역초코(남자가 여자한테)' 그리고 스스로 먹기위한 '자기초코'라고 합니다.
특히 원래 서양의 발렌타인 데이나 여성의 초콜렛 선호를 생각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렛을 선물하는 '역초코(逆チョコ)'의 경우 쉽게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모리나가 제과는 '역초코'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기간 한정으로 포장을 거꾸로 인쇄한 '역 다스'등을 발매하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일본 꽃 업계에선 '발렌타인 데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플라워 발렌타인'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이슬람 국가 중에서 서양에서 흘러 들어온 '기독교 행사'인 '발렌타인 데이'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의 경우 발렌타인 데이를 전후해서 하트가 그려진 카드나 장미, 테디베이 등의 판매를 금지할 정도라고 합니다. 파키스탄 같은 경우는 포기했다고 하는군요.

덧글

  • 키르난 2012/02/14 08:46 #

    전 자기 초코랑 가족용으로만 사보았는데... 확실히 초콜릿이란 상품은 남자보다 여자의 눈길을 끄는 느낌이네요. 그러니 초콜릿 디스플레이도 여자의 눈길을 끄는 쪽으로 하고요.-ㅁ-;(애초에 구경하는 것도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테고..) 그런 의미에서 역초코는 커플이 같이 나와 남자가 지갑을 여는 형태일 것 같습니다.(먼산)
  • 까날 2012/02/14 13:27 #

    최근에 일본에선 발렌타인 데이를 빌미로 여성이 스스로 먹고 싶은 초콜렛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1년에 딱 한번 전세계의 초콜렛이 일본 백화점으로 모이는 시즌이죠.......
  • 2012/02/14 12: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듀얼콜렉터 2012/02/14 13:23 #

    역초코라, 미국에 나오면 좀 곤란한 문화일듯, 쿨럭.
  • 까날 2012/02/14 13:26 #

    미국에서 역초코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을 주는게 될까요?
  • 보리차 2012/02/14 13:45 #

    롯데햄의 무리수에서 웃었는데, 뒤에 나오는 '친구초코', '역초코', '자기초코' 대목에서도 만만치 않게 웃었습니다.ㅋㅋ 재미있게 읽었어요.
  • 잠본이 2012/02/14 22:19 #

    돈만 많다면야 자기초코 백번이라도 하지요(...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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