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에,이즈모 여행. (4) 비가 오는 날에 마쓰에의 화과자. ├마쓰에,이즈모 12년 6월

숙소에서 바로 나와 보이는 큰 건물은 산인고도긴코(산인 합동 은행) 건물입니다. 큰 건물이 없는 마쓰에에서는 혼자 불쑥 튀어나온 것처럼 높은 빌딩입니다.
그 앞을 지나는데 전망 플로어 입구라는 이름이 보이는게 아닙니까? 10시부터 16시까지 전망층을 개방한다는 안내판도 써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저없이 전망대로 오르는 엘레베이터를 탔지요. 막상 전망층이 14층이라 조금 김이 새긴 했습니다. 
예전엔 마쓰에 은행이었다는 산인 합동 은행은 이름 그대로 산인지방을 중심의 지방 은행입니다. 의외로 전망층은 시원하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누르면 커집니다.)

14층이라고 무시했는데, 평가를 접어야하겠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마츠에의 풍광이 모두 눈 아래 들어옵니다. 마쓰에에서 산인 합동 은행 건물보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올동말동 하던 비는 이쯤해서 꽤 굵어졌습니다. 비가 오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 이었습니다. 신지코 호수에 접하고 있는 시마네현립 미술관, 호수가 아니라 바다처럼 보입니다. 신지코 호수로 지는 야경으로 유명하지만 오늘은 야경은 무리겠죠.
또 하나 아쉬운게 있다면 마쓰에를 대표하는 마쓰에 성은 이쪽 작은 창으로만 보인다는 점입니다. 돈 받는 전망대라면 크레임이 들어 왔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마쓰에 성은 성답게 지대가 높습니다. 
강변에서 제일 높은 건물을 찾으면 되니 산인 합동 은행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교바시 쪽으로 발을 옮깁니다.
이번 여행 목적중 하나였던 마쓰에의 화과자집 '후류도(風流堂)', 마쓰에는 옛부터 차문화가 발달되서 따라서 화과자 문화도 발달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차문화에 밑줄 쫙.
본점이라고 더 나은 구석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가게에 단골들만 오고가기 때문에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없었습니다.
6월이라 물양갱과 와라비모찌를 여름과자로 미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라면, 처음 보는 화과자지만 맛을 알길이 없다는 느낌? 유명한 화과자라지만 화과자 자체가 낯서니까요. 시식을 바란다면 백화점이나 역의 매장 쪽으로 가야죠. 
아사시오(朝汐)를 하나 샀습니다. 맛은..... 좀 있다가 알려드릴게요.
물의 도시라고 할만큼 호수로 흘러드는 강 위로 다리가 여럿 걸려있습니다. 마쓰에시 역시 오하시 강을 기준으로 우리 강북 강남처럼 나뉘는 느낌입니다.
지나다 본 지역 문화센터의 자원봉사 포스터의 '요시다군', 시마네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시마네 여거저기서 그 위용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같은 산인지방이라고 해도 돗토리는 기타로나 코난, 시마네는 요시다군........ 그래도 요시다군은 확실히 시마네 출신이니까요.
배를 타고 들어와도 될 것 같은 강변의 어느 식당.
마쓰에에서는 제일 세련된 거리인 교미세도 이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이른 장마비에 사람이 통 보이질 않습니다.
작은 우산으로 비를 피하기가 힘들어 료칸 미나미칸의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합니다.
마쓰에 관광 가이드에 언제나 빠지지 않은 도미 소보로를 얹은 일종의 오차즈케인 타이메시으로도 유명합니다만, 가격을 보니 '오차즈케에 이 돈을 쓸 수 없다.'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신 아까 사온 아사시오를 꺼내봤습니다. 부슬부슬하고 뽀얀 겉껍질이 '뼈대 있는 화과자'라고 주장하는 것 같네요. 화과자는 다과로 차에 곁들이는 것이다보니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것을 으뜸으로 칩니다. 화과자하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느낌이 있는데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평가가 낮아지지요.
안쪽을 갈라보니 한 눈에도 고급 팥이라는 느낌의 팥앙금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입에 넣어 맛을 보니.........푸석하고 너무 답니다.

재빨리 가까운 자판기를 찾아 진한 녹차를 한 병 샀습니다. 또 하나 깜빡했습니다. 화과자는 떫고 쓴 차에 곁들이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맛이 달기 마련입니다. 차를 한 모금 넘기니 단맛도 적당히 눌러주고 푸석한 느낌의 겉 껍질도 혀위에서 매끄럽게 넘어갑니다. 그 뒤로 여행 내내 녹차 한병을 꼭 가방에 넣고 다녔습니다. 화과자를 시식하려면 필수품이니까요.
결국 비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근처의 '일본 젠자이 협회 2호점'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쓰에하고 가까운 이즈모가 일본 단팥죽 젠자이가 태어난 땅이라고 하는데, 이즈모 신사의 神在祭(진자이 마츠리)에 먹던 팥 떡국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진자이라는 발음이 젠자이가 되었다고. 우리가 동지에 팥죽 먹듯이 팥의 붉은 색에는 그런 의미가 있으니까요.

일본에서 설날에 먹는 떡국은 동네마다 다른 것으로 유명한데, 시마네 현의 일부에서는 팥에 떡을 넣어 만든다고 하니 이동네에서 젠자이가 태어났을 법도 합니다.
가장 스탠다드한 이즈모 젠자이(500엔)를 시켜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젠자이에 비해 맑아, 팥죽이라기 보다는 팥국으로 보입니다.
이즈모 신사는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로도 유명한데, 그래선지 당근 짠지도 하트 모양으로 내줍니다. 젠자이의 단 맛을 씻어주라고곁들이는 짠지와 다시마 절임은 아주 짠데,
맛은 답니다. 젠자이 답게 단데, 설탕 단맛은 아니고 좀 땡기는 맛이 신기한 단 맛이더군요. 원조를 자처할만 합니다.
비가 너무왔다기 보다는 작은 접는 우산 하나뿐이라 많이 돌아 다니질 못했습니다. 미리 신경썼더라면 우비를 챙겨와서 자전거도 탈 수 있었을텐데.

이제 슬슬 첫날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군요.

덧글

  • 2012/07/16 14: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16 15: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키르난 2012/07/16 16:08 #

    차가 없으면 안되는군요.; 종종 별 생각 없이 화과자 먹었다가 너무 달다! 외쳤는데, 옆에 차 가져다 놓고 먹어봐야겠습니다.^^;;
  • 까날 2012/07/16 16:57 #

    한국 여행 선물로 '리얼 브라우니'가 인기인 것도 그 진한 맛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 밥과술 2012/07/16 16:13 #

    깔끔한 일본의 지방소도시는 그 풍광만 보아도 마음이 고즈녁해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젠 지방도시가 점점 정비되어서 옛풍취는 없어져도 점점 깨끗해지는 걸 느낄수가 있어 좋더군요.
  • 까날 2012/07/16 16:58 #

    마쓰에는 의외로 멀끔해서 놀랐습니다. 일본 지방소도시마다 편차가 큰데......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 Tabipero 2012/07/16 17:21 #

    비가 와서 고생하셨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군요...;; 신지호에서 야경을 찍는데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큰 건물이 있어 뭔가 했더니 저 은행이었네요 ㅎㅎ

    일본에 다녀와서 기념품으로 사는 과자들이 달긴 했지만 별 생각없이 잘만 먹었는데, 그게 차와 곁들여 마시기 위한 거라는 건 케이온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여관방에 만쥬가 하나 놓여 있길래 차를 우려서 제대로 먹었네요 ㅎㅎ
  • 까날 2012/07/16 20:10 #

    신발이 젖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크록스를 신고 갔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쳐묵쳐묵 애니.... 여관방의 만쥬는 서비스이기도 하고 '우리 료칸에서 파는 선물용입니다.'를 어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Tabipero 2012/07/16 20:30 #

    말씀대로...여관에서 팔고 있더군요 ㅎㅎ
  • rumic71 2012/07/16 18:52 #

    단거 많이 드셨군요. 사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짜증나지만 그래도 비가 부슬 부슬 내려줘야 일본같다는 느낌도 들죠.
  • 까날 2012/07/16 20:12 #

    이번 포스팅만 보면 정말 단것만 먹은 것 같네요. 다음 포스팅은 좀 다른걸 먹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비가 좀 와야 어울리긴 합니다.
  • 크라켄 2012/07/16 22:14 #

    화과자는 가끔씩 엄청 땡기곤 하죠
    저 같은 경우는 大福 나 물양갱,桜餅를 사먹곤 했습니다
    아 또 급 땡기네요
  • 까날 2012/07/17 22:20 #

    저도 다이후쿠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땡기는건 의외로 월병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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