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827. 여행은 집에 갈 때 까지가 여행: 인천공항 두 번 가기. ├YYMMDD

소풍은 집에 도착 할 때까지가 소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왠지 일본 만화에서 바나나는 간식에 들어가나요와 함께 클리세로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긴장이 풀리면서 학교에서 해산해서 집에 가는 사이에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죠. 버스 타고 가다가 내릴 정거장에 거의 다 왔을 때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드는 것하고 비슷하려나요?

그래서 친구와 같이 간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 이야기를 여러번 입에 담았습니다. 실제로 돌아오는 길에 짐을 넣어 둔 코인로커를 찾지 못해서 뛰어야 했습니다. 늦진 않았지만 예약했던 차도 놓쳤죠.

그래도 어찌어찌 공항에 도착하고 모두 헤어지면서 공항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부탁 받아 캐리어에 넣어둔 술을 깜빡하고 꺼내주지 않은 것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메신저로 'ㅋㅋㅋ'를 날려주고 다시 짐을 살피는데.

가방이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짐은 캐리어 하나와 등에 지는 룩색, 그리고 비껴 매는 카메라 가방 정도였습니다. 쇼핑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 그 외에는 과자가 든 종이 가방 하나 정도.

벗어 놓은 가방은 종이 가방 하나와 카메라 가방 뿐 물론 윗 선반과 의자 밑에도 없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어떻게 가방을 잃어버릴 수가 있지...... 스스로 생각해도 참 한심합니다만, 가방을 통으로 잃어버린 것이 처음도 아닙니다. 전에도 공항 버스에 맥주 박스가 들어있는 가방을 윗 선반에 벗어두고 통채로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어쩐지 어깨가 가볍더라........

그러고 보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쩐지 어깨가 가벼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 캐리어에 얹어 다닐 때 까지는 있었는데... 의심이 가는 것은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맥도널드와 공항버스 사이입니다. 가방을 벗어둔 기억이 있는 장소인데. 맥도널드라면 사람 눈에 세 쌍이나 있었는데 설마 가방을 두고 간 것을 몰랐을까.
일단 버스에 가방을 들고 타지않을 것을 확인하고 아이패드와 맥북 에어를 분실 모드로 바꿔놨습니다. 분실 모드가 되면 화면이 잠기면서 연락처를 띄울 수 있는데 거기에 제 전화번호가 뜨게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서 위치는 알 수 없더군요. 가방을 잃어 버린 것보다 그 안에 아이패드하고 맥북이 들어 있다는 점이 문제였던 겁니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인천공항 홈페이지 유실물 센터에 들어가서 바로 분실 신고를 했습니다. 아이디 가입이 필요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유실물 센터 홈페이지에는 분실물과 습득물이 모두 뜨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보고 있으니 인천공항에 흘리는 물건도 많고 주어오는 물건도 많았습니다. 여권은 정말 비일비재 하더군요.

그렇게 가슴을 졸이며 하루를 보내고 나니 다음날 오전에 아이패드가 켜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치 정보까지는 나오지 않더군요. 오후엔 인천공항을 한 번 가야지하고 있는데 032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인천공항 유실물 센터인데 맥도날드에서 가방을 습득했다고. 

역시 맥도날드에서 두고 일어섰구나.

안에 들어있는 아이패드에 뜬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물론 당연히 바로 받으러 간다고 했습니다.
유실물 보관소는 인천공항 지하 1층 신행은행 맞은편에 있습니다. 여기 맞은 편에 문구점이 있어서 돼지코를 사러 몇 번 들렸었는데 유실물 보관소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패드를 보고 연락을 주셨으니 가방하고 아이패드는 무사한게 당연한데 맥북은 어떨지 몰라 살짝 불안했습니다. 아이패드만 두고 맥북만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아까 전화 받을 때 확인 못한게 살짝 후회 되더군요.
큰 사무실은 아니지만 분실 신고를 하러 온 사람, 분실물을 찾으러 온 사람 해서 바글바글합니다. 특히 공항에서 습득한 물건은 바로 찾으러 오기 어려운 경우도 많을테니 꽤 일이 많아 보였습니다. 다행히 바로 찾으러 온다고 연락을 했기 때문에 제 가방은 눈 앞에 있더군요. 신분증을 확인하고 가방을 돌려 받는데 묵직한게 절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맥북도 아이패드도 다행히 제자리에 그대로 들어 있어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가방을 두고 내릴 수 있나 싶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은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가방을 못 찾았더라면 이런 포스팅은 안하고 있겠죠.
이번 사건에는 아이패드의 분실모드가 큰 도움이 되었네요. 뭐 그래도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지만요.

다시 한 번 당부하지만 여행은 집에 돌아 올 때 까지가 여행입니다. 누구보다 제가 제일 명심해야 겠습니다.

덧글

  • 은이 2014/08/27 14:45 #

    휴우 ㅠㅠ 다행이십니다. 저도 첫 자유여행때 출국 검색대에서 카메라를 놓고 왔다 겨우 찾은적이 ㅠㅠㅠㅠㅠ
  • 까날 2014/08/27 21:12 #

    저도 꽤 파란만장한데, 이게 제일 컸습니다.
  • windxellos 2014/08/27 14:50 #

    잘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깜빡깜빡 물건 잊고 다니기를 잘해서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오사카에서 JR패스를 코인로커 위에 놓고 그냥 오는 바람에 찾느라 한참 고생했던 적도 있지요.
  • 까날 2014/08/27 21:13 #

    JR패스라면 저도 차 안에서 한 번 흘리고 내린 추억이 있습니다. 다행히 찾기는 했었지만.
  • sharkman 2014/08/27 14:50 #

    그나마 찾으셨으니 다행.
  • 까날 2014/08/27 21:13 #

    정말 하루 사이에...
  • 듀얼콜렉터 2014/08/27 16:05 #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네요, 정말 저걸 다 분실했다면 그 상실감이란, 휴우.
  • 까날 2014/08/27 21:23 #

    정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 핀빤치 2014/08/27 18:47 #

    읽기만 해도 철렁 했습니다ㅜㅜ 찾아서 다행이네요
  • 까날 2014/08/27 21:23 #

    인천공항 유실물 센터에 무한한 감사를......
  • 대공 2014/08/27 21:11 #

    저거 당하면 진짜...ㄷㄷㄷ

    그리고 벨리 발행 미스 났습니다
  • 까날 2014/08/27 21:24 #

    예,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 키르난 2014/08/28 07:53 #

    하하하. 카메라를 잃어버린 지난 1월의 여행이 생각나네요. 하아.ㅠ 금방 찾아서 다행입니다.
  • Ryunan 2014/08/30 10:13 #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카메라를 신칸센에 두고 내렸는데... 나중에 여행기에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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