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븐일레븐이 미국 세븐일레븐을 사버린 이야기. 먹거리from日本

삼각김밥과 도시락: 편의점 이야기(1)

일본하면 편의점을 빼어 놓을 수가 없고, 일본 편의점이라면 세븐일레븐이죠. 일본 세븐일레븐이 원래 라이센스를 받고 있던 미국 세븐일레븐을 사버린 것은 유명한 일이지만 얼마전에는 일본 세븐일레븐의 본사인 이토요카도까지 인수해서 '세븐&아이 홀딩스'가 되었습니다. 일본 유통 업계 1위가 세븐일레븐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결과를 보면 승승장구로 보이지만, 실제로 세븐일레븐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오판의 연속, 오히려 오판 덕분에 지금의 편의점이 태어날 수 있었다니 아이러니합니다.

때는 1971년, 일본의 슈퍼 체인 이토요카도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경제는 호황이지만 역 앞에 대형 슈퍼를 내는 것은 업계 17위의 이토요카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업무 개발실 소속의 스즈키 도시후미(현 세븐&아이 홀딩스 회장)과 시마즈 히데오(현 세븐일레븐 재팬 고문)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위해 미국으로 시찰을 떠납니다.
하지만 큰 기대와는 달린 자가용 문화를 염두에 둔 초대형 마트나 유통 시스템은 이토요카도에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어지는 장거리 버스 여행 도중에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편의점 '세븐 일레븐'이었습니다.

구멍가게 밖에 모르던 두사람의 눈에 작은 매장이면서도 영업이 가능한 편의점은 미국의 선진 유통 그자체였습니다. 특히 대형 점포의 할인 출혈 경쟁이 문제였던 이토요카도와 달리 소형 점포이면서도 할인 없이 매출이 나오는 편의점은 두 사람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새로운 아이템'이었던 것입니다.
세븐일레븐을 만든 사우스랜드사는 1927년에 냉장고용 얼음을 파는 얼음가게로 시작햇습니다. 매일 얼음을 사러오는 손님들을 위해 계란이나 빵, 우유 같은 물건을 팔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세븐일레븐의 시작이었습니다. 미 전역에 4200곳의 매장을 갖춘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찾아온 두 사람에겐 상상도 못할 유통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4200개의 매장을 관리하는 매뉴얼의 존재를 알게되면서 이 매뉴얼을 얻기 위해서라도 사우스랜드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사우스랜드사와에 교섭은 난항을 겪는데, 일단 사우스랜드사는 일본의 작은 회사와 라이센스를 맺고 싶은 열의가 없었고 이토요카도 본사는 본사대로 낯선 소매점 사업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훗날 미국 세븐일레븐과 이토요카도를 먹어치우게 되는 스즈키 도시후미의 열의로 결국 사우스랜드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따게 됩니다.
그 사이에 사우스랜드사와는 로얄티를 1%에서 0.6%로 깎는 교섭을 해야했고, 이토요카도는 자본금을 절반만 대준 자회사로 세븐일레븐을 독립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1973년... 세븐일레븐 재팬 태스크포스 15명은 미국으로 연수를 가서 처음으로 사우스랜드사가 자랑하던 세븐일레븐 매뉴얼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큰 오판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점포 선정 방법, 상품 구성 등 미국의 선진 유통기법의 정수를 기대한 매뉴얼의 정체가 금전출납기 사용법 등 접객 매뉴얼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제일 기대한 점포 선정 방법은 '주택가에 가깝고 큰 길에 면해있으며 주위에 경쟁 업소가 없는'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었던 겁니다. 소매점이 적은 미국에서라면 모를까 이미 160만 개의 소매점이 있는 일본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매뉴얼이었습니다. 거기다 2년 동안 60개의 점포를 내기로 계약을 했지만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1호점을 내기도 어려워진겁니다.

아마 제대로 된 회사였다면 이 시점에서 때려쳤을 것인데, 세븐일레븐 재팬 태스크포스 팀은 아마추어의 객기로 무작정 밀고 갑니다. 이 자회사 구성이 얼마나 뜨내기였나 하면 멤버 중에 한눈에 보기에도 좌천이 분명한 이토요카도 전 노조위원장(현 세븐일레븐 재팬 고문)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974년 5월 15일 일본 최초의 세븐 일레븐 점포가 문을 엽니다.
주류 판매점이었던 야마모토시게루 상점의 젊은 주인이었던 야마모토 겐지(당시 23세)는 편의점에 대한 광고를 보고 세븐일레븐을 열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태스크포스 팀 전부가 세븐일레븐 재팬 1호점에 달라붙습니다. 1호점의 성패에 세븐일레븐 재팬의 미래가 달려있었으니까요.

24평의 작은 점포에 목표 상품수 3천점을 집어넣기 위해 모의점포를 만들어서 상품진열 시뮬레이션을 되풀이 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져온 냉장고가 들어가지 않아 작은 냉장고를 들여놓을 수 밖에 없었고 대신 상품 진열을 자주하기 위해 뒷판을 뜯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편의점의 표준이 되었지요. 사우스랜드사에서 파견한 지도원은 미국의 절반 밖에 안되는 좁은 매장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지만 이미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1974년 5월 15일 드디어 일본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토요스점'이 문을 엽니다. 7시 부터 개점이지만 개점 준비 중이던 6시 30분 쯤에 찾은 첫 손님이 구매한 것은 800엔짜리 선그라스였습니다. 사진에서 보고 있듯이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점심 때부터 손님이 몰리면서 첫날 매상은 39만4000엔, 주류판매점 시절의 두 배를 넘는 매출이었습니다.

주류판매점 시절의 두 배의 매출이었지만, 본사의 로열티, 아르바이트생 급료, 전기요금 등을 빼면이익율은 주류판매점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의점을 위해 얻은 큰 빚이 야마모토 켄지씨의 등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1호점의 성패에 프로젝트 전체의 명운이 걸린 만큼 멤버들도 번갈아 매장을 찾아 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돕던 중에 '팔리는 물건'은 팔리고 '팔리지 않는 물건'은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식기나 청소도구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음료수는 비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입니다. 원인은 3천 종의 상품을 갖추다보니 재고가 쌓여서 더이상 상품을 받을 장소가 없었던 것입니다. 도매상의 최소 판매 단위가 몇 박스였으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매상에서 소량으로도 판매 해줘야 하는데, 편의점 한 곳을 위해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줄 도매상은 없었지요. 그래서 1호점인 토요스점을 중심으로 신점포를 개설한다는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소량이라도 여러곳이라면 도매상이 소량 판매에 응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이게 적중합니다. 지금은 편의점 유통의 기본인 소량 배송이 이렇게 태어납니다.

소량 배송과 함께 편의점에서 팔리는 품목의 판매량을 집계해서 팔리는 물건과 팔리지 않는 물건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컴퓨터는 꿈도 못꾸는 시절이라 3천 종의 하루 판매량을 집계하는데 15시간씩 걸리는 중노동이었지만 팔리는 물건만 갖다놓는다는 편의점의 단품 관리가 그렇게 탄생합니다.

단품 관리, 소량 판매, 동일 지역 점포 집중 개설 등이 미국에서 받아온 세븐일레븐의 매뉴얼에 들어있었을 거라고 기대했던 노하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건 없었고, 그런 오판을 겪고 맨 땅에서 스스로 원했던 노하우를 스스로 만들어 내며 세븐일레븐 재팬은 1976년 애초 계약이었던 60점포를 상회하는 100점포를 개설합니다.

훗날 미국 세븐일레븐이 실적 악화로 고생할 때 일본 세븐일레븐의 노하우를 주입해서 3년 만에 경영을 정상화 시킬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맨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미국과 일본 본사를 먹어치운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 업체가 되었습니다. 일본 내 매장이 17569곳, 세계 54996곳의 점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하면 삼각김밥과 오뎅이지만, 초기에는 '미국에서 찾아온 컨비니언 스토어'라는 컨셉이었기 때문에 햄버거, 브리또, 아이스크림, 슬러쉬 등이 인기였습니다. 일찌감치 전자렌지를 들여 놓은 것도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을 위해서였죠. 삼각김밥과 오뎅은 후발주자였지만 지금은 역전해 버렸습니다.
http://www.sej.co.jp/products/trivia/trivia_01.html
2012년에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한 삼각김밥이 16억8천222만개일 정도로 일본 편의점을 대표하는 상품입니다. 1978년 세븐일레븐이 팔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먹밥을 밖에서 사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도 성장으로 외식(일본에선 반쯤 외식이라는 뜻으로 중식中食이라고도 부름)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에서도 식품 판매가 부쩍 늘어나지요. 게다가 김이 젖지 않는 2중 필림 포장이 발명되면서 삼각김밥은 빠르게 대중화 됩니다. 일본을 돌아다니다보면 편의점 브랜드마다 삼각김밥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오뎅은 세븐일레븐 오뎅의 압승이죠. 개인적으로는 세븐일레븐 말고 딴 편의점 오뎅은 안 먹을 정도입니다. 편의점에 오뎅을 팔기 시작한 것도 세븐일레븐이 원조입니다. 1979년부터 팔기 시작했으니 35년은 가볍게 넘었군요. 싸고 맛있는 편의점 음식의 대표 선수입니다.
세븐 일레븐을 중심으로 편의점 간편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이 너무 맛있어서 큰일입니다. 일본에 먹으러 가자라고 해놓고 편의점 음식을 먹으라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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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은이 2015/04/06 12:09 #

    아아.. 저 오뎅..+_+ 겨울엔 필수품!
  • 까날 2015/04/06 12:27 #

    오뎅은 겨울에도 잘 팔리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거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특히 많이 팔린다고 하네요.
  • 키르난 2015/04/06 12:19 #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지만 일본여행 식도락 최대의 적은 편의점일 정도니까요. 위장 용량은 한계가 있는데 편의점에만 들어갔다 하면 그냥 나올 수가 없으니...;...
  • 까날 2015/04/06 12:27 #

    요즘은 특히... 세븐일레븐에서 밥먹고 로손에서 디저트 먹으면.... 큰일입니다.
  • windxellos 2015/04/06 12:29 #

    저도 저 오뎅 정말 좋아합니다. 저거 하는 철에 일본에 가게 되면 가급적 한 번은 꼭 사먹게 되더군요.
  • 까날 2015/04/06 18:57 #

    세븐 일레븐은 거의 일년 내내이긴 하지만 더울 때는 빼는 경우도 있긴하더군요.
  • 애쉬 2015/04/06 12:41 #

    다음 권은 … 편의점에 먹으러가자…

    의외로 기대가 됩니다 ㅎㅎㅎ
  • 까날 2015/04/06 18:58 #

    설령 책을 쓴다고 해도 책 나올 때쯤 유행이 지나기 때문에 다 소용없습니다.
  • muhyang 2015/04/06 12:55 #

    강하게 컸군요(...)
  • 까날 2015/04/06 18:58 #

    강하게 크기 싫었는데 정말 강하게 컸지요.
  • 천하귀남 2015/04/06 13:07 #


    지금도 점심 간편하게 때울 요량으로 가끔 편의점 이용하는데 저런 유래가 있었군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
  • 까날 2015/04/06 19:07 #

    그러고 보면 한국도 최근에는 편의점 음식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일본 편의점 음식은 더 멀리날아가 버렸더군요.
  • 매드캣 2015/04/06 13:32 #

    아 편의점 오뎅.. 꿈속에서도 떠오르는 그 오뎅...
  • 까날 2015/04/06 19:11 #

    일단 일본에 도착하면 편의점에 가서 오뎅 워머를 봐야... 아 내가 일본에 도착했구나 실감이...
  • 루나루아 2015/04/06 13:51 #

    일본 편의점은 다른건 몰라도 저 오뎅을 비롯한 간식류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라아게를 비롯한 구이류도 말이죠...
  • rumic71 2015/04/06 15:36 #

    도시락도 장난 아니죠.
  • 까날 2015/04/06 19:12 #

    기획력도 좋긴하지만, 그렇게 기획한 상품을 한 번에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일본 편의점 음식의 장점이죠.

    로손의 롤케이크라던가...
  • 타누키 2015/04/06 14:10 #

    헤에 미국이 원조였군요. ㅎㄷ;;
  • rumic71 2015/04/06 15:37 #

    세븐일레븐과 서클케이, 로손은 모두 미국이 원조였던 곳입니다.
  • 까날 2015/04/06 22:55 #

    미국이 원조긴 한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편의점은 아무래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 로오나 2015/04/06 15:58 #

    저런식으로 컸군요.

    노하우를 원했지만 그 노하우의 실체는...

    부분이 가장 흥미롭네요. 결국 맨땅에 헤딩한 셈이니^^;;;
  • 까날 2015/04/06 22:56 #

    70년대 초에 일본사람 눈에 비친 미국은 정말 신천지 그자체였을테니까요.... 환상을 가질법도 했지요.
  • 홍차도둑 2015/04/06 16:04 #

    AK북스에서 이 이야기를 만화로 냈었죠.
  • 까날 2015/04/06 23:07 #

    프로젝트 엑스 시리즈 중에 이거하고 컵라면이 재밌었습니다. YS-11하고 신간센은 잘난척 뿐이라 재미도 없었고...
  • 블로그앤미 2015/04/06 16:14 #

    안녕하세요. 저희는 메타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그앤미(http://blogand.me) 입니다. 블로그가 너무 멋지네요. 저희 서비스에 등록해도 될까요?
  • 까날 2015/04/06 23:05 #

    문의는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 ghd8 2015/04/06 16:36 #

    그래도 노하우는 좀 배워왔지 싶었는데...

    맨땅에 헤딩이었네요;
  • 까날 2015/04/06 23:14 #

    맨땅에 헤딩이라 무서운 줄 모르고 밀어붙여 성공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 듀얼콜렉터 2015/04/06 17:08 #

    근데 미국지점들은 일본하고 연관 있는지 알수 없다는게 참 미스테리 입니다 헐, 여기서야 삼각김밥이 아닌 핫도그, 나초, 도너츠 위주로 파니까 말이죠 쩝.
  • 까날 2015/04/06 23:15 #

    편의점의 특징이 '팔리는 물건만 갖다 놓는다'니까요... 그런데 미국 세븐일레븐에서도 잠깐 삼각김밥이 들어가도 했었던 모양입니다.
  • 해색주 2015/04/06 19:40 #

    저런 뜨내기 멤버들을 데리고 이길 수 있었다면 리더가 정말 대단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 까날 2015/04/06 23:16 #

    15명의 면면을 보면 리더격인 현 세븐앤드아이 홀딩스 대표도 비슷하게 아마추어였다고 합니다. 오히려 모두 아마추어들이라 끈끈하게 뭉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배길수 2015/04/06 21:16 #

    하루 판매량 집계에 15시간 ㄷㄷ 레드제플린의 그 노래 Since I`ve been loving you 첫 소절 생각나네요. 사실 세븐 일레븐 간판 볼때마다 생각나긴 합니다. 워킹 프롬 세븐 투 일레븐 에브리 나잇!
  • 까날 2015/04/06 23:18 #

    금방 24시간 영업으로 바뀌지만요...

    당시에는 매장이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무식한 짓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게 편의점의 기반이 되기도 했고.
  • 제드 2015/04/07 23:11 #

    세상에.. 세븐일레븐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고 무대뽀로 시작한거군요. 정말 놀랍고 충격적입니다.
  • 매드캣 2016/10/13 09:58 #

    아 세븐일레븐 오뎅은 진리지요. 다이콘을 겨자에 푹찍어서 한입 삼키고 맥주 한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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