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 탄생비화: 만화를 그릴 수 없는 만화가와 만화를 그릴 수 없는 만화가의 만남. ├책책책 영화영화영화

무라타 유스케씨가 그림을 맡은 '아이실드 21'을 처음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미식축구라는 낯선 소재를 이렇게 재밌게 그려 낼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다고 해도 유머러스하고 박진감 넘치는 멋진 그림으로 엮어내는 실력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괴물같은 신인작가가 나오다니하고 놀랐는데 만화가 무라타 유스케씨는 1995년에 점프의 신인상인 '홉스텝 상'에 입선, 1996년에는 개그만화 신인상인 '아카즈카 상'에 준입선을 한 점프에서 제일 기대 받는 신인 작가였습니다. 장편 연재 데뷔작인 아이실드 21이 2002년이었으니 기대주였던 기간이 꽤 길었던 느낌입니다.

그렇게 아이실드 21이 37권이라는 대장정을 끝내곤 난 뒤 일본에서 '흐린하늘 프리즘 솔라카'를 점프 스퀘어에 연재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이실드 21처럼 따로 스토리 작가가 붙었는데 '문라이트 마일'로 유명한 만화가 오타가키 야스오씨라는 것을 알고 기대는 더 커졌습니다. 문라이트 마일이나 건담 선더볼트처럼 하드한 SF를 많이 그리지만 '일평'이나 '인생'처럼 드라마에 강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흐린하늘 프리즘 솔라카의 한국 정식 발간을 기다리는 사이에 2권에서 완결 되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습니다. 오타가키 야스오의 스토리에 무라타 유스케의 그림으로 2권만에 완결이라는 것은 망했다는 뜻이죠. 뒤늦게 라이센스로 나온 '흐린하늘 프리즘 솔라카'를 찾아보니 짐작이 맞았습니다. 무라타 유스케는 '만화'를 못그리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점프 주인공 총집합 일러스트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무라타 류스케씨의 그림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라는 느낌이죠. 그런데 이 무라갓이라 칭송받는 그림과 별도로 만화를 그리는 센스는 따라오질 못합니다. 신인상을 20세기에 받았지만 막상 장편 연재는 21세기에 스토리작가를 만나서 가능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우라사와 나오키나 오바타 타케시처럼 스토리작가와 함께 작품을 그리는 만화가가 많으니 문제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앞에서 언급한 선배들과 다른 점은 어떤 스토리라도 자신의 작품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없다는 약점이 '흐린하늘 프리즘 솔라카'에서 드러났던 것입니다.

여기 이름도 없는 만화가 지망생이 등장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노트에 만화를 그려오던 청년은 만화가를 꿈꾸며 개그 만화 원고를 들고 점프 편집부를 찾아갔지만 퇴짜를 맞고 맙니다. 꾸준히 만화를 그려오면서 독특한 개그 센스를 쌓은 그에게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정도의 그림 실력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연필로 그릴 때는 편집자가 웃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재밌었던 부분도 펜으로 덧그릴수록 점점 재미없어진다'고 할 정도로 그림을 정리 할 수록 만화의 재미에서는 멀어졌던 겁니다. 그림을 못그린다기 보다는 남에게 보여주는 일 없이 오랫동안 혼자서 만화를 그리다보니 만화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원고를 점프 편집부에 들고 갈 정도로 진지하게 만화가를 꿈꿨지만 포기하고 취업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다 친구에게서 '인터넷에 만화를 올리는 니토샤라는 사이트'에 대해 알게 됩니다. 니토샤(新都社니트 사)는 2찬넬 계열 웹 만화 투고 사이트로 거기서 처음으로 만화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만화를 그리는 방법을 몰라서 손으로 그린 그림을 휴대폰으로 한 컷씩 찍어서 올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ONE이라는 이름으로 올리기 시작한 만화에 나름 댓글과 좋은 반응이 달리기 시작했고, 이 경험으로 인해 취업이 결정된 시점에서 오히려 진지하게 만화를 그려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취직이 결정되고 입사까지 1년 가까이 시간이 남게되니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만화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게됩니다. 만화를 그리는 소프트웨어인 코믹스튜디오와 타블렛을 사고 테스트 삼아서 가벼운 기분으로 원펀맨 1화를 그리게 됩니다.
원펀맨(완판만)은 맨처음 등장한 괴인이 세균맨의 패러디인 백신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호빵맨(앙팡만)의 패러디였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사람이다."의 임팩트는 대단해서 결국 ONE씨는 원펀맨을 계속 그리게 됩니다.
원펀맨은 니토샤를 대표하는 웹툰으로 큰인기를 끌게 됩니다. 네이버 웹툰으로 익숙한 우리와 달리 일본은 당시만 해도 컴퓨터로 만화를 연재하고 본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원펀맨의 히트는 큰 물결이 되어 퍼저나가게 됩니다.

그 때쯤이었습니다. 무라타 유스케씨가 일러스트레이터 아키만(스트리트 파이터 2 등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씨에게서 트위터로 원펀맨을 소개 받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만화를 연재한다는 사실이 영 이해가 되지 않던 무라타씨도 원펀맨을 보고서는 '인터넷에는 이렇게 재밌는 만화가 무료로 연재된단 말인가?'하고 깜짝 놀랐다가 다른 작품들은 원펀맨 만큼 재밌지 않아 안심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원펀맨을 보고 팬이 된 무라타 유스케씨였지만 당시에는 원펀맨을 그릴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바쿠만을 보면 점프의 만화가들은 만화를 그리지 않아도 전속 명목으로 급여를 받습니다. 'XXX선생님의 만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소년 점프 뿐'의 바탕인 셈인데... 아직 점프에 묶여있는 무라타 류스케씨 입장에서는 ONE씨와의 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이야기 했듯이 원펀맨은 입사 내정 상태인 ONE씨가 입사를 하게 되면 끝날 수 밖에 없는 시한부 연재였습니다. 무라타 씨는 그걸 트위터를 통해 알게됩니다. 무라타 류스케 씨는 그 때부터 적극적으로 원펀맨의 협업을 제의합니다. 마침 무라타씨는 병으로 드러눕게 되는데 목 안까지 부어서 제대로 숨도 못쉬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러다 죽겠구나'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죽을거면 죽기전에 ONE씨 원작으로 만화를 그리고 싶다!'라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협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점프의 변화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원펀맨의 히트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의 영역이 인터넷으로 넓어지면서 소년 점프의 슈에이샤 조차도 인터넷 만화를 무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영점프'라는 인터넷 연재 사이트를 만들며 간판 작품으로 원펀맨 리메이크를 원했습니다. 
원펀맨 One Punch Man 9 - 10점
무라타 유스케 그림, ONE 글/대원씨아이(만화)

무라타 유스케는 아이실드 21의 대성공과 흐린하늘 프리즘 솔라카의 대실패처럼 실력 발휘를 위해 딱 맞는 스토리가 필요한 만화가 입니다. '죽는다 생각했을 때 그리고 싶다고 떠오른 작품'인 원펀맨은 하늘이 내린 것처럼 딱 맞는 작품이라그동안 무라타 유스케씨의 쌓였던 울분을 풀듯이 어마어마하게 재밌는 작품입니다. 정말 즐겁게 그린다는 것이 작품 여기저기서 배어나와서 보는 독자가 흐뭇할 정도입니다.

원펀맨 라이센스는 꽤 늦게 나왔지만 후속권 진행은 빨라서 일본의 라이센스판 출판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일본에서 얼마전에 나온 10권도 곧나올 것 같지요.

무라타 유스케씨를 홀딱 빠지게 한 원펀맨의 원작을 그린 ONE씨도 드디어 그림 실력을 '출판 가능한 만화' 수준까지 올리게 되어 '마계의 아저씨'와 '모브 싸이코 100' 등 직접 만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림체는 출판 만화로는 아슬아슬한 수준이지만 내용은 역시 원펀맨의 못지않은 재미를 보장합니다.

무라타 유스케 씨는 원펀맨 사이사이에 '탄환천사 팬클럽'이나 '노도의 전사들','바퀴벌레 버스터'등 ONE씨 원작으로 단편을 그리기까지 했습니다. 이것도 언젠가 소개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리뷰는 대원CI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덧글

  • 5thsun 2016/01/11 20:16 #

    원펀맨 원작 연재가 왜 이리 늦나? 했더니 저러고 있었군!!!
  • 몬토 2016/01/11 21:05 #

    일단 무라갓이 말하시길 스스로의 손이 빠르지 않다고도 하시고...
    요즘 거의 매일 작업 하실때마다 방송하시는데 그걸 보면 연재가 느리다는 말이 안나올 정도지요.
  • 5thsun 2016/01/11 21:22 #

    그 분은 리메이크 그리는 분이고요.

    원작.
  • 하로 2016/01/12 02:07 #

    말투 하곤.
  • 키르난 2016/01/11 21:16 #

    원펀맨은 일부러 안 보고 있었는데... 호기심이 생깁니다. 안 보는 이유는 빠질까봐 무서워서인데 여기서 또 함정에 발목 잡힌 느낌이 드는군요.ㅠ_ㅠ
  • 존다리안 2016/01/11 22:06 #

    연출력은 좋은데... 연출력은...

    그나저나 저 점프 총집합 그림은 보면 볼수록 디오님이 멋집니다.(응?)
  • 은이 2016/01/12 09:25 #

    원작과 리메이크를 보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그림인데도 원작이 더 멋져 보이는 경우가 가끔 있더군요 ~_~)
    그 반대로 리메이크의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가끔 좀 이상한 연출도 눈에 띄고..
    두개를 같이 보니 이래저래 재미납니다.
  • 열아홉 2016/01/12 09:36 #

    완빤만... 호빵맨이었어...? 그래서 머리도....(?)
  • 듀얼콜렉터 2016/01/12 17:01 #

    트위터에서 올린 글을 잘 정리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 sharkman 2016/01/15 21:21 #

    둘 다 재미있어요.
    원의 원작이나 무라갓의 리메이크나.
    둘 다 보세요.
    ONE판은 한창 타츠마키랑 사이타마랑 쎄쎄쎄하고 노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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