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2016): 두 번째가 더 좋았던 주토피아. ├책책책 영화영화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주디를 사람으로 그린다면 어떤 인종으로 그려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인종과 성별 차별에 대한 우화인 주토피아에서 닉이 백인 남성이라면 주디는 어떤 인종일까 고민하다가... 이 작품이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미키 마우스로 유명한 디즈니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로 세계 제일입니다. 그런데 디즈니의 동물 의인화는 처음부터 뭘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옛날이라도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이런 아이러니한 그림은 안 나왔을테니 말입니다. 정말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그림인데 디즈니 동물 캐릭터의 정체성은 동물의 탈을 쓴 인간이라고 봅니다. 인형 탈을 벗으면 사람이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주토피아는 다릅니다. 정말 두 발로 서서 걷고 말하는 동물이 나옵니다. 어떤 인종의 메타포가 아니라 그 동물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주디를 실제 사람과 대입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닉을 쉽게 백인 남성에 대입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생활이나 환경이 백인 남성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닉은 여우인 것이고 주디는 토끼인 것입니다.

주토피아의 세계는 흑인과 백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초식 동물을 잡아먹던 10%의 육식 동물과 90%의 초식 동물로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은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 뿐만 아니라 큰 동물과 작은 동물, 그리고 암컷, 수컷의 차이도 다 담겨져있죠.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라는 이름이 '어디에도 없는 땅'에서 왔듯이 주토피아 역시 어디에도 없는 땅입니다. 동물의 본성위에 이성과 문명으로 만들어진 땅이라서 오히려 위태위태하지요. 닉과 주디 콤비가 해결하는 연속 실종 사건은 이런 주토피아의 위태위태함 덕분에 사회 근간을 흔드는 대사건이도 한 것입니다.

첫 번째 관람을 2D 자막으로 보고 두 번째를 4DX 더빙으로 봤는데, 더빙의 경우 아이들 관객이 많았습니다만 무척 재밌게들 보더군요. 작품 자체는 어린이 눈 높이에 딱 맞춰져 있습니다. 경찰이 되고픈 주디가 주토피아에 경찰이 되어 사기꾼 여우인 닉을 파트너 삼아 연속 실종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 라인이지만 앞뒤로 정교하게 짜여진 스토리에서 저절로 스토리 이상의 이야기가 읽히는 작품입니다.

어떤 영화를 두고 정치적으로 공정하다고 할 때 칭찬이 아니라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이야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되려 이 작품은 그런 정치적 공정함을 전면으로 들고 와서 이야기로 잘 버무려냅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정교한 스토리 라인인데 맨 처음 등장하는 주디의 연극과 기디언 그레이와의 관계까지 낭비하지 않고 스토리 전개에 활용할 정도로 꼼꼼한 스토리 라인 덕분에 설명이 많지 않아도 주토피아의 여러 동물과의 관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여러 동물이 사는 주토피아라는 공간의 깨알 같은 디테일이 백마디 설명보다 더 많이 설명을 해줍니다. 예를 들어 주디가 주토피아로 타고온 열차의 전망창은 전망대이기도 하지만 기린들이 목을 뻡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이런식으로 주토피아 전체가 디테일로 빼곡해서 두 번째 보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더 재밌었습니다. 4DX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죠.

여러모로 4DX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추격신과 액션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지금까지 본 4DX영화 중에 프랭큰위니처럼 왜 4DX로 만들었는지 모를(상영관이 4DX밖에 없었음)영화도 있었지만 주토피아는 가능하면 4DX로 감상하기를.....

.......어렵겠죠.

실은 하루에 주토피아를 두 번 본 이유가 바로 다음날 부터 4DX관 상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4DX가 아닌 멜로영화인 '좋아해줘'와 '순정'
이번에 검사외전이 상영관을 싹쓸이 하면서 뒤로 밀린 상영작들이 쏟아져 오면서 주토피아가 영향을 정통으로 받아버렸네요. 덕분에 하루에 두 번 보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습니다.

더빙은 평범한 디즈니 더빙인데... 평범한 디즈니 더빙은 아주 훌륭하다는 뜻이죠. 게다가 아트웍에서 자막으로 처리할 만한 부분도 가능하면 한글로 고쳤습니다. '주토피아 경찰학교' 간판이라거나. 디즈니 더빙판을 많이 안봐서 다른 작품도 이렇게 바꿨던 적이 있나 궁금합니다.


덧글

  • 키르난 2016/02/26 08:29 #

    대입하는 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되는 영화로군요. 4DX나 영화관이 아닌게 아쉽지만... 으으음. 나중에라도 꼭 챙겨봐야할 영화네요.=ㅁ=
  • 누리소콧 2016/02/26 19:20 #

    처음엔 자막 2d로 보고 그다음엔 조조로 4DX, 3D 더빙 조조가 있어서 또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더빙을 사실 안 보는데 이번엔 잘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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